지구가 몇 살인지 궁금하다면? '방사성 연대 측정법' 한 방에 알아보기
1947년, 사해 인근의 어느 버려진 동굴에서 오래된 두루마리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두루마리에는 구약성서 일부와 창세기 외경, 규율서, 찬송가 등이 고대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까지 가장 오래된 구약성서 사본은 9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이 두루마리는 그보다 더 오래된 사본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보관 상태가 너무 양호하다 보니 두루마리의 진품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논쟁은 오래가지 않아 종식되었습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화학과 교수인 윌러드 리비가 자신이 최근에 개발한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두루마리의 나이를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양피지와 파피루스 조각에서 나온 연대는 BC168년에서부터 AD233년 사이였습니다. 덕분에 두루마리는 가장 오래된 구약성서 사본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두루마리가 바로 세기의 발견으로 일컬어지는 사해문서입니다. 사해문서의 논쟁을 종식시킨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은 고고학을 비롯해 지질학, 지구물리학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연대측정법입니다. 네, 오늘은 오래된 사물의 나이를 알아내는 방사성 연대측정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원리로 연대측정을 하는지, 화석의 연대는 어떻게 측정하는지, 그리고 신뢰도 문제는 없는지 등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럼 방사성 연대측정법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원자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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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습니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모든 원자의 성질은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양성자가 2개인 원자는 모두 헬륨이고, 6개는 탄소, 7개는 질소입니다. 양성자 수가 같은 원자끼리도 중성자 수는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6개의 양성자를 가진 탄소 원자에는 중성자 6개, 중성자 7개, 중성자 8개의 원자들이 있습니다. 이를 각각 탄소-12, 탄소-13, 탄소-14라고 부르는데, 이처럼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만 다른 원소들을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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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위원소 대부분은 안정적이지만 어떤 것들은 불안정합니다. 탄소 동위원소에서는 탄소-12가 안정적이고 탄소-14는 불안정합니다. 안정적인 원소들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발적으로 원자핵이 붕괴되지 않습니다. 반면 불안정한 원소들은 원자핵이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됩니다. 붕괴 뒤에는 안정적인 다른 원소로 바뀝니다. 이처럼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붕괴되는 불안정한 동위원소를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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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핵이 붕괴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의 원자핵이 2개의 덩어리로 분리되는 알파붕괴, 중성자가 양성자로, 혹은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는 베타붕괴, 그리고 광자를 방출하는 감마붕괴입니다. 탄소-14의 붕괴는 중성자 하나가 양성자로 바뀌는 베타붕괴에 속합니다. 탄소-14가 베타붕괴를 하면 양성자 7개, 중성자 7개인 질소-14로 변합니다.
개개의 탄소-14가 붕괴하는 시점은 제각각입니다. 일단 붕괴가 시작되면 순식간에 질소-14로 변하지만, 개개의 탄소-14가 언제 붕괴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집단으로 모여 있으면 전체적인 붕괴 양상이 뚜렷이 나타납니다. 탄소-14가 한 무더기 있을 때, 5730년이 지나면 절반이 질소-14로 변합니다. 다시 5730년이 지나면 남은 절반이 질소-14로 변합니다. 다시 5730년이 지나면 또 남은 절반, 이런 식으로 계속 변해갑니다.
이처럼 방사성 동위원소의 절반이 다른 원소로 변하는 기간을 반감기라고 합니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입니다. 탄소 외의 다른 방사성 동위원소들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반감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원자가 집단적으로 특정한 반감기를 보이는 현상은 참으로 신비롭지만, 이는 20세기 초에 양자역학으로 입증되고,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방정식으로 예측되며, 현실에서 응용되고 있는 물리학의 영역입니다. 그렇다면 이 물리학을 어떻게 이용해서 연대를 측정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대기 중의 탄소 동위원소 비율은 기본적으로 항상 일정합니다. 탄소-12가 98.9%, 탄소-13이 1.1%, 그리고 아주 희박하게 탄소-14가 차지합니다. 그런데 탄소-14는 자발적으로 붕괴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점점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동위원소 비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탄소-14가 끊임없이 새로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탄소-14는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온 우주선에 의해 생성됩니다. 지구 자기장을 뚫고 들어온 우주선이 대기와 충돌하면서 중성자를 방출하고, 그 중성자들이 다시 질소-14와 충돌하여 탄소-14를 만들어냅니다. 대기 속 탄소 비율은 생물체 속에서도 항상 일정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광합성, 호흡, 먹이사슬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일정하던 비율은 생물이 죽는 순간부터 깨집니다. 생물이 죽으면 더 이상 탄소를 흡수하지도 배출하지도 않습니다. 안정적인 탄소-12는 그 수가 그대로 유지되지만, 불안정한 탄소-14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질소-14로 변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체 속 탄소 비율과 대기 속 탄소 비율의 차이가 커집니다. 따라서 한때 생물이었던 모든 것들, 나무, 종이, 씨앗, 가죽, 동물 등에 남아있는 탄소 동위원소 비율을 측정해서 반감기를 계산하면 해당 생물이 언제 죽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의 기본 원리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더 복합적인 변수들을 고려해서 결과를 도출하지만, 탄소 연대측정법의 기본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윌러드 리비는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개발한 공로로 1960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역대 노벨상 중 가장 간단한 원리로 수상했다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탄소 연대측정법의 가장 근본적인 가정은 대기 중 탄소-14 비율이 항상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해당 유기체의 탄소-14 초기값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대별로 탄소 비율에 약간의 변화가 있습니다. 지구 자기장의 변화, 태양 흑점 활동의 변화에 따라 지구 대기에 유입되는 우주선의 양이 시대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활동도 대기의 탄소 농도에 영향을 끼칩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난 300년 동안 많은 양의 탄소-12가 대기에 방출되었고, 핵실험으로 최근 50년 동안 탄소-14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은 대부분 측정가능하기 때문에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나무의 나이테와 극지방의 빙하 코어에는 지난 수천 년 동안의 대기 환경 데이터가 들어있습니다. 그 외 다양한 기후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시대별 탄소-14의 보정값이 매년 업데이트됩니다. 정밀한 보정값과 측정 기술의 발달로 인해 탄소 연대측정법의 신뢰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신뢰도에도 불구하고 탄소연대측정법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략 6만년 까지의 연대만 측정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이기 때문에 반감기가 10번이 지나면 탄소-14의 잔량은 0.1% 미만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래서 6만 년보다 더 오래된 연대측정은 반감기가 더 긴 방사성 동위원소들을 이용합니다. 방사성 연대측정법에는 탄소 말고도 방법이 많습니다. 다른 연대측정법들은 더욱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수준의 계산을 필요로 하지만, 원자핵 붕괴와 반감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탄소 연대측정법의 원리와 기본적으로 동일합니다. 이 영상에서 모든 연대측정법을 소개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가지 방법만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유텍스트 YouText 사이트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지구의 나이까지 측정하는 ‘방사성 연대측정법’ (2부) 화석의 연대측정법
이전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화석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한번 알아볼까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사헬란트로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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