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도에서 아이들이 카레 대신 먹는 한국음식이 바로 라면?

2022. 4. 28. 20:30지식

요즘 인도에서 아이들이 카레 대신 먹는 한국음식이 바로 라면?

인도의 카레, 일본의 스시, 이탈리아의 피자, 프랑스의 와인, 한국의 김치 등등 어느 나라를 가든 그 국가를 상징하는 음식이 있고 소위 소울 푸드라 불리는 이 음식들의 위상을 다른 국가의 음식이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피클이 아무리 달큰하고 아삭하다고 해도 김치를 대신할 수 없고 로제 파스타가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한국인에게 있어 떡볶이를 대체할 수는 없죠. 그런데 최근 인도에서는 놀라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 하나가 인도의 소울푸드 카레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인데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코로나 사태와 더불어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주목받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인도인데요. 포스트 차이나로도 불리는 인도는 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인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인구입니다. 유엔 인구 기금 UNFPA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인구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 1위 인구수를 보유한 국가는 여전히 중국입니다. 14억 4,800만 명으로 곧 15억 인구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위는 오늘의 주인공 인도인데요. 14억 600만 명을 기록 중입니다.

공식 통계로 보자면 인도가 2위를 기록 중이지만, 인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릅니다. 실제 인구는 인도가 제일 많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죠.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때 인구를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해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인구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인도는 공식 인구 외에 비공식 인구가 어마어마합니다. 인도는 1872년부터 10년마다 인구수를 조사하고 있는데, 양부모가 명확하지 않은 아이들은 인구에 등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업에 있어서 인구수가 큰 국가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그리고 지속해서 인구수가 증가한다면 이 또한 매력적인 지수죠. 곧 공식 집계에서도 인도는 중국을 추월할 예정입니다. 유엔 인구기금에 따르면 2015~2020년 사이 중국의 인구수는 0.5% 증가했지만, 인도는 1.0% 증가했습니다. 즉 중국의 인구수 증가보다 인도의 인구 증가가 더 빠르다는 의미이죠. 조만간 인도가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수를 보유할 것이라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겁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이 인도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인도에는 그 어떤 음식도 대체할 수 없는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카레인데요. 인도에서 탄생한 카레는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들의 소울푸드이기도 합니다. 아빠가 주말에 만들어주는 별미 음식이자,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 먹은 음식이면서, 친구들과 여행과 아침에 데워 먹는 음식이기도 하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잠시 카레의 역사를 볼까요? 카레의 고향은 누가 뭐래도 인도입니다. 인도인들의 일상 음식이었던 카레는 아시아에 진출했던 동인도회사의 직원 '워런 헤이'라는 인물이 1772년 영국으로 가져가면서 대중화되었는데, 이 카레가 영국에서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로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는 1903년 일본인에 의해 전파됐죠. 한국에서는 1950년대까지 일본식 카레 가루를 그대로 사용했으나, 1990년대 누구나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과립형 카레'를 오뚜기가 출시하면서 한국 시장을 장악했고 그 이후 카레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해왔습니다. 인도가 고향의 카레이지만 주말에도, 평일 저녁에도, 급식에도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 탈바꿈해 한국에서 김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소울푸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한국 음식이 카레를 대신할 소울푸드로 자리 잡을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바로 라면입니다. 지난 2019년 7월 22일, 구독자수 534만 명을 보유한 Veg Village Food(배그 빌리지 푸드)라는 유튜버는 특이한 영상을 하나 업로드했습니다. Korean Fire Noodle로 시작하는 제목의 영상은 썸네일부터 특이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한 인도인 할머니가 수십 개의 신라면을 눈앞에 펼쳐두고 계셨죠. 누가 봐도 압니다. 이 많은 신라면을 요리할 것이라는 점을 말이죠.

그리고 실제로 영상에서 할머니는 150개가량의 신라면을 받자마자 요리를 시작합니다. 초대형 냄비에 하나하나 봉지를 뜯어 면과 수프를 구분하시고는, 아궁이 위에 커다란 냄비를 얹습니다. 자색 양파에 파프리카를 더해 볶더니 양배추 후레이크 등과 함께 라면을 끓이셨는데요. 라면 요리를 끝내시고는 이 라면을 가난에 굶주린 듯한 아이들에게 전부 나눠주셨죠. 아마 난생처음 라면을 맛보았을 아이들은 라면을 접시에 받아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라면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일부는 포크로, 일부는 손가락으로, 또 일부는 후루룩 면치기하듯 자연스럽게 라면을 흡입했죠. 영상에서 이 아이들의 반응을 다루지 않았으나 배고픈 아이들에게 이 라면은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됐을 겁니다.

이 영상은 2022년 4월 26일 900만 조회수를 넘었는데, 이 영상으로 재미를 봤던 것일까요? 대용량 요리를 주제로 삼아 한국 불닭볶음면. 신라면 블랙 등을 주제로 해당 유튜버는 한국식 라면을 조리하는 영상을 지속해서 게재했습니다. 그중 Korean Spicy Noodle이라는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589만 회를 넘었습니다. 한국식 라면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죠. 게다가 최근 인도에서 한국 라면에 대한 인식 변화가 놀랍습니다. 원래 인도에서는 전 세계 그 어떤 라면 브랜드도 힘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으나 최근 인스턴트 라면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제 버스 정류장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파는 노점상을 찾는 것은 일도 아니죠.

인도에 처음으로 인스턴트 라면이 소개된 것은 1983년입니다. 조리를 시작한 후 2분 만에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인스턴트라면은 '슬로 푸드계의 큰 형'이라 불리는 인도 음식 시장에 전혀 다가서지 못했죠. 여성의 관점에서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장점이 있기는 했으나 남성들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었습니다. 인도에서는 네슬레의 매기(Maggi)이라는 브랜드가 라면 판매 부동의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특이한 현상입니다. 인도에서는 한국식 라면, 즉 길게 늘어진 면을 국물에 담아먹는 방식이 아닌 너무하다 싶은 정도로 잘게 부서진 면을 조리합니다. 수저로 떠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죠. 오히려 한국식으로 긴 라면 발을 제공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입니다.

최근 수요 변화에 따라 매기는 긴 라면 발에 국물을 뺀 볶음면 형태의 라면을 출시했고 이것이 인도인의 취향에 적중했습니다. 이후 인도에서는 긴 면발이 유지되는 볶음면이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는 중입니다. 인도 시장을 장악한 네슬레의 매기의 경쟁자로 등장한 것은 일본의 니신이라는 브랜드입니다. 니신은 1991년부터 인도 시장에 진출했는데, 20여 연간 고전하다 2021년 놀랄 만한 신상을 출시했습니다. 바로 '케키' 라면입니다. 그런데 이 라면이 특이합니다. 포장지에 놀랍게도 '엄청'이라는 한글이 떡하니 적혀 있으며, 포장지는 마치 삼양의 불닭볶음면과 유사합니다. 맛과 요리 방법 역시 비슷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도의 작은 기업이 불닭볶음면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 니신이 불닭볶음면의 조리뿐 아니라 포장지까지 죄다 카피한 것입니다. 한국식 라면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꼬불꼬불 긴 면발이고 또 하나는 얼큰한 국물입니다. 얼큰한 국물에 꼬불꼬불한 긴 면발을 담아 먹는 신라면이 대표 주자죠. 하지만 탕 면이 아닌 볶음면 위주로 먹는 국가에서 한국 라면의 대표 주자는 단연 불닭볶음면입니다. 인도는 전형적인 볶음면 국가인데, 위의 영상에서도 아이들은 국물 라면이 아닌 볶음 라면을 먹었습니다. 물론 농심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인도에 탕면 문화를 보급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인도 시장은 요지부동인 듯 보입니다.

어쨌든.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인 일본의 니신이 오랫동안 그들이 지켜오던 국물 라면이 아닌 인도인들의 기호에 맞춘 볶음면을,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겁니다. 인도는 라면 소비 세계 3위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고작 5개에 불과하고 이는 한국의  75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습니다. 하지만 시대 트렌드는 편한 조리 음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으므로, 인도 역시 이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을 겁니다.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은 인도 시장에서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130%의 초고속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죠. 인구수 세계 1위로 등극하게 될 인도에 '빨리빨리 편하게' 트렌드가 완전히 정착됐을 때,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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